월성원전 방사능물질 누출 보도, 반전과 반전
포항MBC는 지난 7일 '월성원전 부지 10여 곳의 지하수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가 관리기준의 최대 18배(71만 3000 베크렐) 검출됐다'는 충격적인 보도를 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자체 조사 결과 경북 경주 월성원전 부지가 방사성 물질에 광범위하게 오염됐으며, 월성원전 부지 지하수 배수로에서 최대 71만 3000 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는데 누출 원인도 찾지 못한 상태인데다, 전문가들은 노후 콘크리트로 지어진 원전부지 전체는 물론 외부까지 오염됐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는 내용이었다.
후쿠시마 사태와 일본 수산물 수입 허용 사태 등을 통해 원자력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차곡차곡 쌓아온 우리 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할 뉴스였다.
그러나 언론들은 이같은 빅 이슈를 애써 외면했다. 조중동 등 보수 매체는 물론이고 한겨레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신문, 심지어 친여성향으로 공격받고 있는 KBS, MBC도 이를 주요뉴스로 다루지 않았다.
도리어 중앙일보는 이틀 뒤, 평소 친원전 발언을 해온 KAIST 정용훈 교수의 SNS글을 인용해 '월성원전 방사성물질 검출? 멸치 1그램 수준'이라는 물타기 기사를 내놓았다.
언론이 선택적 무관심에서 관심으로 일제히 돌아선 것은 공교롭게도 바로 이 시점부터였다. 그간 침묵하던 국민의힘과 보수매체들은 침묵을 깨고 대대적 반격에 나섰다.
월성 방사능 누출?… “멸치 1g 먹는 수준” - 조선일보(11일자)
월성 원전에서 방사능 누출됐다고…원전 괴담 팩트체크 - 한국경제(11일자)
국민의힘 "월성 원전 방사능 누출, 수사 막으려는 몸부림" - YTN(11일자)
이들 매체는 방사능 물질 누출이 없었거나(삼중수소는 자연계에 흔한 물질이고 타 지역 지하수에서도 많이 검출되는 물질인데, 어쨌거나 방사성 물질이기는 하다는 횡설수설) 있었더라도 지극히 경미한 수준이며, 오히려 정부가 검찰의 월성원전 수사에 물타기를 하려고 국민들의 공포심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했다.
원전의 방사능 누출이라는 국민안전과 직결된 이슈가 한낱 정치 이슈로 치환되는 순간이었다.
원전이 지속적으로 건설되고 유지돼야 이익을 얻는 친원전주의자(일명 원전마피아)의 말에 따르면 "후쿠시마에는 사람이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KAIST 정용훈 교수의 2017년 탈원전 정책 비판 토론회 당시 발언)"고 한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방사성량과 비교할 때 대수롭지 않은 정도인데 사람들이 지나치게 호들갑이라는 거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몸에 노출돼도 안전한 방사성물질이란 없다. 피할 수만 있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노출을 피하는 게 답"이라는 극명한 인식차를 드러내고 있다.
원전의 방사능 누출 의심이라는 심각한 사안조차도 정치이슈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신기하다.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 이래도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