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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시집 잘 가려고 배우한 게 아니지 않냐" 본문

컬쳐

전도연 "시집 잘 가려고 배우한 게 아니지 않냐"

author.k 2023. 3. 3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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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은 1997년 PC통신을 통한 사이버 로맨스의 선구작으로 꼽히는 <접속>에서 한석규와 공연하며 영화에 데뷔했고, 작품은 당시 큰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전도연을 톱스타 반열에 올려놓았다. 당시만해도 생소한 소재에 많은 여배우들이 출연을 거절하면서 신인이었던 전도연에게까지 기회가 돌아왔다고. 그녀는 당대의 톱스타였던 한석규를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과시하며 그해 대종상-청룡영화제 등에서 신인상을 휩쓸었다.

이듬해인 1998년 <약속>에서는 박신양과 절절한 로맨스 연기로 그해 흥행 1위를 차지하며 성공신화를 이어갔다. 전도연은 "내 영화를 보려고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관객들의 광경이 너무 신기하고 뿌듯했다. 이런 재미로 영화를 찍는구나 싶었다"고 밝혔다.

1999년 이병헌과 공연한 <내 마음의 풍금>에서는 20대 후반의 나이에 10대 소녀를 이질감없이 소화하기도 했다. 전도연은 어릴 때는 동안이 콤플렉스였다며 성형 제안도 많이 받았다는 뒷이야기를 밝혔다.




같은 해 개봉한 치정스릴러 <해피엔드>는 그녀의 연기인생에 중요한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전작들에서 주로 순수하고 귀여웠던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파격적인 노출과 주부 연기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며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전도연은 당시만 해도 드물던 '여배우가 극을 이끌어나가는 이야기'에 가장 매력을 느꼈다고 밝혔다.

전도연은 "배우로서 '도전'을 한다면 처음이었던 작품"이라고 회상하며 "당시는 한석규가 나오는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로 나뉜다고 하던 시절이었다. 어린 마음에 나도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고백하며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시집 못 가면 어떡하냐는 부모님과 주변의 강한 반대에도 전도연은 "시집 잘 가려고 배우한 게 아니지 않냐"고 똑 부러지게 설득했다고.

전도연은 "<해피엔드>는 상처이기도 한데 저를 굉장히 단단하게 만든 작품"이라고 밝히며 "남자배우는 이런데 왜 여배우는 이렇지 않아? 라는 말들을 많이 하더라. '누구도 나한테 손가락질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여배우는 소극적이다, 수동적이다, 프로폐서널하지 않다는 등의 편견은 늘 있었다. <해피엔드>는 여배우가 주체적으로 채워나갈 수 있는 작품이었고, 저는 배우로서 할 일을 한 것뿐이다. 그래서 오히려 사람들의 시선에 더 당당해질 수 있었다"라고 고백했다.

이후로도 전도연은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피도 눈물도 없이> <별을 쏘다> 등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장르의 한계를 초월하는 독보적인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황정민과는 무명 시절 조승우-지진희-전도연이 함께 사석에서 촬영한 '전설의 우정여행 사진'을 남긴 지 2년 후 <너는 내 운명>에서 상대역으로 공연하며 함께 절절한 로맨스 연기를 펼친바 있다. 황정민은 이 영화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화제의 '밥상' 수상소감과 함께 전도연에게도 "너와 연기한 건 기적같은 일이었다. 고마워"라는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전도연은 "황정민은 그 작품이 아니었어도 잘됐을 배우"라고 극찬하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밀양>은 전도연에게 60회 칸 영화제 수상 및 개인 최다 수상의 영광을 안긴 대표작으로 꼽힌다.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는 전도연이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배우로 자리매김하는 일종의 분기점이기도 했다. 전도연은 "그렇게 대단한 상인지 몰랐다. 몰라서 용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상을 받고 나서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잘 기억이 안난다"고 회고했다.

한편으로 전도연은 칸 영화제 수상 이후 오히려 겪어야 했던 뜻밖의 후유증을 언급했다. "많은 사람들이 수상 이후 어마어마한 시나리오를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더라. 오히려 '전도연이 이런 작품을 하겠어?'라고 영화제에 갈 법한 작품을 하는 배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전도연은 "한동안 다양한 작품이 들어오지 않았다. 매니저에게 혹시 못 보고 지나친 시나리오는 없는지 확인해달라고 한 적도 없다. 그때가 참 힘든 시간이었다"고 회상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더라. 오랜 시간을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하면서 기다리고 견뎠다"라고 고백했다.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전도연은 "저 자신에게 좋은 작품을 했고, 앞으로도 후회없이 하자고 끊임없이 되뇌었다"고.

전도연은 의외로 시간을 돌릴 수 있더라도 어린 시절로는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20대에 겪을 수 있는 일들을 충분히 다 겪어본 것 같다"는 이유를 밝힌 전도연은 오히려 "40대라는 나이가 너무 모르지도, 많이 알지도 않고 괜찮았던 시절"이라는 생각을 고백했다.

전도연은 일상에서는 "그냥 집에서 TV 틀어놓고 누워있는 게 제일 행복한 시간"이라는 소박한 감성을 드러냈다. 배우 김남길의 증언에 따르면 애주가로 알려진 전도연이 술에 취하면 지디의 '삐딱하게'를 열창한다는 사실을 폭로하며 전도연을 당황하게 했다. 전도연은 "세상에 영원한 건 없으니까 조금은 삐딱하게 살아도 된다"는 가사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전도연은 대학 동기 유재석에 대해서는 매일 열심히 사는 모범생이었던 자신과는 정반대로, '한량', '베짱이'같았다는 첫 인상을 밝히며 "솔직히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라는 돌직구로 폭소를 자아냈다. 유재석 본인도 전도연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느끼고 있었다며 인정했다.

젊은 시절에는 배우로서 '완벽주의'가 강했다는 전도연은 언제부터인가 마음을 내려놓고 '그럴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전도연은 "작년에 많이 힘들었다. 그러면서 '왜 나 자신에 대한 감사함을 모르고 살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이야기하며 "카메라 앞까지 나를 이끌어준 건 나 자신인데 그때부터 저 자신에 대하여 감사하고 돌아보기 시작했다. 일 끝나면 '오늘 수고했다', '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많이 이야기한다"고 고백했다.

전도연은 50대가 된 후 달라진 점에 대하여 "제가 달라진 건 없는데 사람들이 저를 보는 게 달라졌다"고 이야기하며 "50대에 로코 연기를 소화한 <일타스캔들>처럼, 아직도 어떤 작품에 출연하든 남들의 잣대나 선입견에 놓여있다는 생각을 한다. 늘 비교선상에 놓여있다는 게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저 자신보다 제 삼자들이 저를 잣대 속에 가두는 일들이 생긴다"라는 고충을 털어놨다.

전도연은 "굳이 스스로 나이를 의식하고 나이에 맞는 생각이나 행동을 하고 살아야하나? 나이에 갇혀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크든 작든 제 일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니까"라는 소신을 밝혔다. 일에 있어서는 당당하지만 정작 일상에서는 자존감이 낮은 편이라는 전도연은 오히려 그로 인하여 더욱 최선을 다하여 일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전도연은 최근의 고민에 대하여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다. 연기했던 것보다 해보지 못한 것이 더 많아서 더 다양한 역할을 경험하고 싶다. 누군가 나를 선택해서 내가 생각해보지 못한 나를 발견하고, '배우로서 더 소모 당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전도연은 "사람들은 <밀양>이 전도연의 정점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건 사람들의 생각이고,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저는 자신을 더 소모시키고 저 자신의 새로운 모습이 궁금하고 보고싶다"라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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