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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 도저히 참아줄 수가 없었던 부분들 본문

컬쳐

정이... 도저히 참아줄 수가 없었던 부분들

author.k 2023. 1. 23.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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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기를 못해요
그리고 또 연기를 드럽게 못해요. 그리고 또 영화 내내 거의 모든 배역이 연기를 드럽게 못해요. 그나마 故 강수연 씨와 김현주 씨가 대사를 뱉을 때는 이거 영화 맞구나 싶은 생각이 들다가, 다른 배역이 대사를 뱉는 순간 산통이 다 깨진다. 뭐랄까... 연기가 죄다 따로 노는 기분이다. 재밌게도 CG랑 연기하는 액션은 찰지게 합이 잘 맞는데, 오히려 배우들끼리 연기하는 부분에서 어색함에 몸둘 바를 모를 정도였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문제라기 보다는 디렉팅의 부족함이 부른 참사가 아닐까 싶다.

2. 서사 없는 액션
액션 자체만 놓고 보면 <정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타격감이 좋다. 그런데 그게 다다. 액션에 몰입이 안 된다. 왜 그럴까? 서사가 없기 때문이다. 싸움이라고 치고 받는 게 전부가 아니다. 어떤 합이 이루어졌다면, 왜 그런 합이 이루어지는지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액션의 서사를 가장 잘 보여주는 건 역시 전성기 무협 영화였다. 무공 이름을 외치면서 싸우는 모습이 유치하게 다가오지 않고 강렬하게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무공이 구현된 모습이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무공 둘이 맞붙었을 때 승부가 나는 전개가 납득되었기 때문이다.

<서극의 칼>이라는 영화를 보면 외팔이 주인공이 반쪽짜리 비급을 수련하다가 자신만의 독특한 검법을 완성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다른 어떤 것도 아닌 바로 그 검법으로 악당을 물리친다. 이 모두가 액션의 서사가 된다.

장이머우 감독의 2018년 작품 <삼국: 무영자>는 삼국지의 형주공방전을 모티브로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만든 작품이다. 영화에는 관우를 모티브로한 양창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언월도를 사용하는 무적의 장군으로 그려진다. 그의 무공을 파훼하는 것이 작전 성공의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파훼법의 핵심은 음양의 원리였다. 양창이 직선적이고 남성적인 무공을 사용하는데, 이를 파훼하기 위해 둥글고 여성적인 무공을 만들어 대항한다. 글로만 적으면 이게 뭔가 싶겠지만, 영화는 이를 고개가 끄덕이는 수준의 합으로 구현해 낸다. 액션에 서사가 있다.

무협하고의 비교가 너무 가혹하다면 <존 윅>을 생각해보자. 무기에 따라 달라지는 사격 자세만 봐도 서사를 느낄 수 있다. <제이슨 본>은 어떤가? 주변 환경에 너무나 어울리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격투와 추격전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욕밖에 먹은 게 없었던 <터미네이터 3>조차도 기계들의 싸움에서 느낄 수 있는 묵직한 느낌을 잘 구현했었다.

그런데 <정이>는 그딴 거 없다. 그냥 치고 박고 싸운다. 게다가 감각적으로 가늠이 되질 않는다. 엑스트라 로봇들은 장난감처럼 픽픽 쓰러지는 데, 주조연급 로봇들은 찰진 타격감에도 아무렇지 않게 벌떡 일어선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터미네이터를 왔다갔다 하니 눈앞에 보이는 타격이 평타인지 크리인지 감나빗인지 감이 오질 않는다. 가뜩이나 액션에 서사가 없는데, 없는 서사마저 제거해 버리는 액션을 펼친다.

3. 갖다 버린 설정
처음에 주절거린 설정... 솔직히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잘 우려내면 좋은 육수가 나올 재료였다. 그런데... 우주, 쉘터, 전쟁... 이 설정들은 영화의 줄거리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이게 얼마나 몰상식한 짓인지는 안톤 체호프의 명언이면 충분한 설명이 될 것 같다.

"이야기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들은 무자비하게 버려야 한다. 예를 들어 1장에서 총을 소개했다면 2장이나 3장에서는 반드시 총을 쏴야 하며, 만약 쏘지 않을 것이라면 과감하게 없애버려야 한다."

4. 구린 대사
특히 마지막 대사는 보는 사람을 부끄럽게 만들기 위해 넣은 걸까, 아니면 개빡치라고 넣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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